감각의 전이를 통한 존재의 울림

사진에서, 우리는 시간을 포착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환기할 따름이다. 그것은 끝도 없이, 미세한 모래처럼 흘러간다그리고 변화하는 풍경은 거기서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다.”(사진가, Bernard Plossu)
우선, 정경자의 환기적 재능에 대해 말해야 할 것이다: 아스팔트로 된 쭉 뻗은 길, 도로 표지판, 갈색 풀로 뒤덮힌 저 너머에 보이는 흐릿한 풍경, 기막힌 실루엣에 의해 처리된 선, 텅 빈 공간, 바닥에 고인 물 위로 반영된 도시풍경, 바다 앞에 우두커니 놓여있는 파라솔, 멀리 보이는 빈 벤치, 수족관 속 물고기, 잿빛 건물, 하늘너머로 보이는 구름들, 박제된 동물들, 손이나 발과 같은 신체의 단편들, 실루엣으로 또는 원경에 희미하게 보이는, 우리는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거기에 있다.
이 사진들은 우리의 감정적 층위를 건드린다. 그것은 브레히트(Brecht)식의 낯설게 하기, 거리두기 방식에서처럼, 어느 것 하나 친숙한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아서 낯설고 불편하게 느끼게 하는 방식에 의해서이다. 이 사진들은 지루하고 단조로운 일상의 여러 곳에서 조우한 대상들을 통해 감각(sensation)을 되찾고 감정의 주관성(subjectivité)을 드러내는 면모를 보인다.
데카르트 이래로 우리 문화가 감정보다 이성에 우위를 두었다면, 프로이트(Freud)는 무의식의 흐릿한 지평에 해석적 명료함을 부여하기를 원했고 이러한 프로이트의 사상을 이론적 토대로 삼은 초현실주의는 일상 속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사물의 새로운 면모에 주목했고 이것이 오브제 트루베(objet trouvé)이다. 정경자의 눈은 치밀한 계획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다. 웨스턴(Edward Weston)의 전시각화(previsualisation)는 여기서 무의미하다. 28-70mm 줌 렌즈를 장착한 디지털 사진기로 장비를 최소화하며 현실 속에서의 우연한 만남을 기획한다. 그녀는 상상적인 것(l’imaginaire)에 문을 연다. 투명한 유리를 통해 보게 되는 구름으로 수놓아진 파란 하늘은 마그리트(René Magritte)의 회화를 상기시킨다. 분명히 초현실주의는 사진가들에게 영감을 준다. 정경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초현실주의자들의 그것에 닮아있다. 그녀는 자신이 처음 방문한 장소에서의 대상과의 우연적 만남을 긴장감 있게 포착하고 그와 동시에 시간의 끝자락에서 풍부한 감정을 이끌어내며 멀티플(multiple) 형식의 사진작업으로 표현해낸다. 이런 멀티플 형식은 달리(Salvadore Dali)의 초현실주의적 요소과 에로틱한 요소가 결부되어 나타났던 <extasie>같은 작업, 그리고 현대 설치 미술가 중 한사람인 아네트 메사쥬(Annette Message)의 <Les Tortures volontaires>에서 나타난 방식과 유사한데, 여러 개의 이미지들이 그들 간의 이미지적 연쇄를 일으키며 새로운 소통을 위해 열려지는 양태를 취하게 되는 특성을 보인다.
내가 정경자의 사진에서 발견하는 또 다른 특성은 사진 이미지의 함축적이며 내러티브적 성격에서 온다. 모든 사진은 프레임의 한계 안에 위치하기 때문에, 사진적 언술(énoncé)의 특징은 프레임 안에서 드러난다. 그러나 뒤부아(Phillip Dubois)가 지적했듯이, “사진적 행위는 단순히 현실의 연속성 안에서의 단절의 행동뿐 아니라 환원할 수 없는 통과(passage)의 사고를 함축한다. 참조된 공간의 무한성에 견주어 볼 때 항상 필연적으로 부분적이며 단절, 추출, 선택, 분리로서의 사진적 공간은 하나의 잔여, 잉여물, 하나의 다른 것을 항상 함축하는 «장외 영역(hors-champ)»에 의해 특징 지워진다. 이것은 재현의 장에서 부재함에도 불구하고, 자름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는 프레임 안에 각인된 공간과 인접성의 관계에 의해 항상 그 가치를 부여받는다.”(뒤부아, <사진적 행위(L’acte photgoraphique)> 중에서) 그리하여 우리는 이 사진들 속에서 작가가 부여한 현실의 단편들에 의지하며 새로운 의미의 장(champ)으로 움직여가게 된다. 메를로 퐁티(Maurice Merleau-Ponty)의 현상학 역시 타인에게 주변부(contour)의 시선을 부여하는 것에 의해 생겨나는 주변부의 구성을 합리화한다. 달리 말해, 가시성(le visible)은 실제로 보이지 않은, 일시적으로 숨겨진, 잠재적인 것의, 절박한 것의 현존, 가시적인 것(un visible)을 포함한다. 윤곽은 항상 열림과 뒤틀림(voilement)으로 인지될 수 있는 양화적 형태와 아울러 음화적 형태의 인물을 동시에 제시한다. 퐁티에 있어서, 타인의 현존은 필연적으로 보여지는 신체 일부분의 사전의 존재 그리고 가시성의 후광과 신체의 각 부분 주위로의 표명을 요구한다. 이것은 세쟌(Cézanne)의 회화 작품에서, 윤곽(contour)은 하나의 형태가 끝나고 다른 것이 시작되는 장소로 나타나는 것과 동일한 이치이다.(메를로-퐁티, le visible et l’invisibe 중에서).
인간의 시야에는 흐릿함과 선명함 사이의 변증법적 논리가 존재한다. 많은 대상들은 우리 눈에 원래 흐릿하게 나타나며 어떤 것은 우리 눈앞을 지나갈 때 너무 빨라 따라가기 힘들기도 하다. 르마니(Jean- Claude Lemagny)는 “사진에서의 흐릿함은 의미너머로 모든 이미지에 우리를 교착하게 하는 두 개의 힘을 움직인다: 거기 들어가려는 욕구와 거기서 재현을 변형시키려는 것”임을 지적했다. (르마니, L’Ombre et Le Temps 중에서)
선명한 사진이 세상을 도달할 수 없는 대상으로 구축하는 것을 위협한다면 흐릿한 사진은 우리가 이미지 안으로 들어가도록 함과 동시에 우리가 거기서 내용물과 효과를 통제하는데 익숙해져 있는 지표의 성립을 제약하지만 우리는 감각적 표식과 그것과 연속적임을 느끼려는 우리의 욕망 속에서 감각적 내밀함을 정립한다. 현실에서 흐릿함은 대상의 부재이며 순간적이며 만져지지 않는 흔적으로 환영의 측면에 다가가 있는 하나의 몸체, 텍스쳐가 된다. 사진의 상상적 자발성을 부여하는, 흐릿함 앞에 우리는 알 수 없는 두려움에 맞닥뜨리기도 하는데, 두려움은 강조점이나 이유 없는 시각적 애매모호함에 의한 것으로, 이런 불분명함은 사진을 재현의 굴레에 가둬두기 보다는 역으로 주체적인 감수성을 창의적으로 이용할 많은 여지를 주면서 관객을 자유롭게 한다. 1964년 바르트(Roland Barthes)는 <이미지의 수사학(Rhétorique de l’image)>에서 “사진은 영화와는 달리 순수한 관객적(spectatorielle) 인식에 결부되어야 하며 (…) 모든 이미지는 다의적이며 기의의 «유동적인 연쇄(chaîne flottante)»로 관객은 어떤 것은 선택하고 어떤 것은 무시한다. 낯섬과 풍부함을 구성하는 기의의 <유동적인 연쇄>는 다의적”임을 지적했는데, 의미가 고착되지 않고 부유한다는 측면에서, 라캉(Jacques Lacan)의 «기표의 미끄러짐(signifiant flottante)»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간혹은 초점이 맞은 채로, 간혹은 흐릿하게 나타나는 정경자의 사진들은 현실의 단편들로 어떤 것도 증명하지 않으며, 선명함과 흐릿함의 긴장 속에서의 감각과 감정의 전이만이 거기에 있게 된다. 정경자의 작품을 보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작가의 의도를 찾으려는 노력보다는, 작품 앞에 마주선 채, 자치적인 내러티브를 구축할 임무를 부여받은 자신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전 작업<spiegel im spiegel>에서 정경자는 현실 삶에서의 자국과 상처를, 살아있으나 생명을 이미 잃어버린 것 같은 현실 속에서 부유하는 대상들, 불완전한 존재들 그리고 데쟈뷰(déjà-vu) 순간들을 통해 흑백 사진 세 장을 세로로 이어 붙인 이미지로 표현했다. 다시 말해, 작가는 자신의 내면을 투영시킬 수 있는 일상의 순간과 대상을 통해 또 다른 자아(alter ego)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고 궁극적으로 이 이미지들은 ‘죽음’에 맞닿아 있었다. 이전 작업과 달리, 현재의 작업은 감정의 음색을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초록, 파랑, 잿빛 톤의 색채와 선명한 이미지와 흐릿한 이미지가 혼재된 멀티플의 형식으로 나타난다. 그런 가운데, 정경자는 감정적 편재를 중재하며, 내면적 본질을 하나의 잔재로 남겨두는 실존적, 자전적 방식을 체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경자는 자신의 방식대로 감정과 감각이 우선적인 삶의 질임을 상기하며 삶의 양태를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이 사진들이 언제 어디서 찍혀졌는지는 중요치 않고 주체의 시각적 에너지를 특권화하는 하나의 에세이를 구성하기 위해 사용된다는 점만이 중요하다. 크리스탕 꼬졸(Christian Caujolle)은 1990년대의 젊은 사진가들에서 나타난, 자전적(autobiographique)이고 강하면서도 낭만적인 이미지들을 통해 하나의 픽션을 만들어내는 작업 방식을 “실존적 경험의 쓰고 기록하는(écriture-enregistrement)방식”이라 특징 지웠는데, 정경자의 사진에서 우리가 인지하는 것은 작가 자신의 일상적 경험에 결부된 실존적 내밀함이 이미지의 시적 정취(poésie)에 덧붙여진다는 점이다. 이 사진들은 몽환적이며 내밀한 세계를 유도하는 문체를 통해, 우리에게 삶도 죽음도 말하지 않지만 그것들의 공유된 부분에 관해 역설하고 있다.
손영실(이미지 비평/ Ph. D)
Echo of Existence through Emotional Transition
“A photograph does not make us capture the moment but remember the moment. It flows like fine sand endlessly… And the changing landscape does not change anything there.”(Photo artist, Bernard Plossu)
First of all, I have to talk about the ability of Kyungja Jeong to remind people of something: straight asphalt road, road sign, dim landscape seen behind brown bush, lines on a fabulous silhouette, empty space, urban landscape reflected on the water staying in the hole of ground, beach umbrella standing still on the beach, long bench seen from a distance, fish in an aquarium, gray building, cloud on the sky, stuffed animals, some parts of bodies such as hands and feet and silhouette of people who we do not know, all of which are inside her photographs.
These photographs stimulate our emotional horizon. It is because she used such method of providing unfamiliar and uncomfortable objects as Brecht’s verfremdung and distanciation. Through these photographs we can regain sensation and express emotional subjectivité by encountering objects found in our monotonous and boring life.
Since the theory of Descartes, our culture has put more emphasis on reason than emotion. However, Freud wanted to add clear analysis to unconsciousness. Surrealism building on the theory of Freud paid attention to new aspects of the ordinary objects found in our daily life. This is objet trouvé. The eyes of Kyungja Jeong does not move according to precise plan. In this regard, Edward Weston’s previsualisation is meaningless. With a 28-70mm zoom lens digital camera, minimal equipment, Jeong plans accidental meeting in the reality. She opens the door of l’imaginaire. The blue sky embroidered with clouds seen through transparent glass reminds us of the painting of René Magritte. Undoubtedly, surrealism inspires photo artists. The perspective of Jeong resembles that of surrealists. She tensely seizes the encountering with objects at the location she first visits. At the same time, she expresses it as multiple method of photographs drawing rich emotion. This multiple method is similar as the method used for Salvadore Dali’s <extasie> based on combination of surrealism and eroticism and Annette Message’s <Les Tortures volontaires>.  The character of the method is a new communication of the connection of multiple images.
Another character of Jeong’s photos is implicative and narrative image. All photographs have their limitation of frame, thus the character of énoncé is expressed within the frame. However, ‘Acts of photography implies thoughts of passage that cannot be restored as well as disconnected acts in continuity of reality. The space of photograph, which is inevitably partial, disconnected, extracted and selected, can be characterized with «hors-champ» implying a remainder, surplus and different part. This creates its value through the relations between the space recognized in the frame that is not affected by cutting and its adjacency.’ (Phillip Dubois, <L’acte photographique>) Therefore, we move to a champ of new meaning depending on the fraction of reality captured by the artist in these photos. Maurice Merleau-Ponty’s phenomenology rationalize the formation of contour created by looking others from the perspective of contour. In other words, ‘le visible’ includes ‘invisible, hidden temporarily, potential, existence of something urgent and un visible’. A contour always presents both positive and negative images recognized as openness and voilement. For Ponty, the existence of others requires the existence of body parts seen inevitably, halo of visibility and manifestation of each body part’s circumference. The same logic can be found in the painting of Cézanne. In fact, contour is expressed as the location where one figure ends and another starts in his painting.  (Merleau-Ponty, le visible et l’invisibe)
The human perspective contains dialectical logic between haziness and clearness. Many objectives look hazy and some are too fast to capture their image. Jean- Claude Lemagny said, “The haziness in photograph move two forces adhering us to all the images beyond meaning: desire to enter there and desire to transform representation there.” (Jean- Claude Lemagny, L’Ombre et Le Temps)
While clear photograph threatens making the world the object that cannot be reached, dim photograph helps us to enter the image and restricts us from establishing the indicator used to controlling the contents and effect. However, we create emotional secrecy in sensible mark and our desire to feel the continuity with the mark. The haziness in reality means the absence of the object and instant and intangible texture. Due to the haziness, which adds creative spontaneity to photograph, we sometimes face fear. The fear is caused by visual ambiguity without emphasis and reason. This ambiguity can free the audience by giving them an opportunity to use sensibility creatively rather than confining photos withing the framework of representation.  In 1964, Roland Barthes insisted ‘photograph, unlike film, should be connected with genuine spectatorielle… All images have multiple meanings and «chaîne flottante». The audience can select or neglect some of them. «chaîne flottante» consisting of unfamiliarity and abundance has multiple meanings’. (Roland Barthes, <Rhétorique de l’image>) His idea is similar to Jacques Lacan’s «signifiant flottante» in that the meaning is not fixed but changeable. The photographs of  Kyungja Jeong, which are sometimes clear and sometimes hazy, are pieces of reality. They do not prove anything but include emotional transition in the tense of haziness and clearness. When we meet the works of Jeong, we will find ourselves to face the works and establish autonomous narrative rather than find out the intention of the artist.
In her previous work, <spiegel im spiegel>, Jeong expressed trace and scar in the reality, floating objects in the reality where we seem to be alive but have lost life, defective objects and the moment of déjà-vu through three vertically connected black and white photographs. In other words, Jeong wanted to show alter ego through everyday moment and objects, where her inner world can be reflected, and these images were ultimately connected to ‘death’. Unlike the previous work, the current work used multiple method where green, blue, gray color and hazy, clear images are combined to better express the emotion. In addition, Jeong tried not to be inclined to emotion and showed existent method of her own to leave inner essence as a remainder.
Kyungja Jeong presents the aspect of life reminding us of the fact the emotion and sense are the prerequisites to improving the quality of life. When and where her photographs are taken are not important. What is important is that her photographs are used to form an essay based on her own visual energy. In the 1990’s, Christian Caujolle named the young photo artists’ work method of making a fiction through autobiographique, strong and romantic images as ‘écriture-enregistrement method’. What we can recognize from the photographs of Jeong is that existent secrecy related with her daily life is added to poésie of the images. These photographs tell us neither life nor death through literary style inducing dreamy and secret world. However, they emphasize the shared parts of life and death.
Young-Sil Son (Image criticism/ Ph.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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